박경섭(문화인류학 박사, 전남대학교 문화인류고고학과 강사)
자유의 박탈과 제한을 특징으로 하는 교도소는 형벌과 관련하여 처벌의 법적 수행을 목적으로 설치되어 운영되는 특수한 공간으로 일상적인 삶의 규율보다 강력한 규칙들이 촘촘하게 작동하는 공간이다. 교도소는 지리적으로 외딴 곳에 설치되어 높은 물리적 장벽으로 인해 사회와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건과 화폐는 부단하게 순환하며 사람의 순환 또한 끊임없이 발생한다. 공간은 언제나 사람들의 상상과 행위로 인해 성격이 부여되고 그 상호작용의 형태가 달라지면 그 의미 또한 달라질 수 있다. 공간이 사회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구성된다는 관점에서 보면 교도소는 형법이 규율하고 처벌을 집행되는 불변의 공간이라기보다 사회와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광주교도소가 당시로서는 시의 외곽이었던 북구 문흥동으로 옮긴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물의 노후화, 변화된 인권 환경에 부합하지 않는 시설, 도심의 확대에 따른 입지의 변화로 인해 1999년 이전이 요청되었고 10여년 후인 2010년 북구 삼각동에 새 교도소가 착공되었다.
이 글에서는 새 교도소 착공 이후 옛 광주교도소 부지와 관련된 공적 계획들을 검토하면서 교도소 부지 활용 내용의 가치와 의미를 살펴보고 공간의 전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광주교도소 문흥동 부지와 관련된 계획들의 경과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2014년 2월: 「민주인권평화컴플렉스 조성사업 기본계획」(광주광역시, 광주발전연구원)
- 2015년 10월: 광주교도소 삼각동으로 이전
- 2017년 12월: 「사업콘텐츠 타당성 검토 용역」(광주광역시, 전남대학교5·18연구소)
- 2018년 10월: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사업: 사전타당성 검토 및 기본계획 재수립」(광주광역시, 도시문화집단CS)
- 2019년: 정부(기획재정부)는 광주 교정시설을 포함한 전국 11개소를 국유재산 토지개발선도사업(위탁개발) 대상지로 선정
- 2020년: 기획재정부는 위탁사업자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선정
- 2021년 4월: 옛 광주교도소 터에 민주인권 기념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이 초고층 아파트 건립 등으로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언론 보도로 인해 논란 발생 이후 답보 상태
1. 「민주인권평화컴플렉스 조성사업 기본계획」(2014)
광주교도소 이전을 앞둔 2014년 작성된 광주시의 ‘민주인권평화컴플렉스 조성사업 기본계획’(이하 컴플렉스기본계획)은 문흥동 교도소 부지와 관련된 최초의 계획으로 교육, 연구, 전시, 체험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복합 문화공간을 제안했다.
‘컴플렉스 기본계획’은 민주, 인권, 평화를 테마로 하면서도 그 비전은 상징성이 강하다. 계획의 비전은 몽고의 서낭당인 ‘어워’(ovoo)를 키워드로 제시하여 민주, 평화, 인권의 글로벌 네트워크 거점 혹은 용기(用器)로 컴플렉스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 인권, 평화라는 개념은 추상적이면서 포괄하는 의미가 지나치게 넓기에 콤플렉스의 방향은 보다 구체적일 필요가 있었다.
콤플렉스의 기본방향은 체험과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에도 학습의 방향성은 모호하다. 연구에서는 인권 연구를 강조하고 있지만 교육의 방향은 그다지 명료하지 않다. 특히 이러한 기본방향은 당시 부분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민주평화교류원의 비전 및 방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콤플렉스에 들어설 주요 시설에서는 민주주의와 평화보다 인권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진다.
김대중대학원대학교에서도 핵심 연구 내용은 인권이며, 교육훈련센터와 교류센터, 미술관과 기념공원도 인권을 주제로 하고 있다. 주요시설은 조감도 및 마스터플랜에서 교도소 부지에는 김대중대학원대학교와 한국민주주의의 전당이 현재 법무부 솔로몬파크의 위치에는 인권교육훈련센터가, 사유지에는 공원과 미술관 배치되어 있다.
‘컴플렉스 기본계획’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교도소 공간의 역사와 장소성에 대한 고려의 부재이다. 계획에서 교도소의 역사, 의의와 가치에 대한 분석이 부재하며 5·18과 관련된 내용 또한 누락되어 있다. 광주교도소는 역사적으로 양심수와 정치범이 집중적으로 수용되어 있는 교도소 중 하나였고 5·18 항쟁 당시에는 광주시 외곽으로 빠져나가려는 시민들에 대한 계엄군의 총격으로 피해가 발생했으며 피해자가 암매장된 지역이기에 5·18사적지 제22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2015년 10월 광주교도소가 삼각동으로 이전하면서 문흥동의 교도소는 기능이 정지되었고 광주광역시 또한 사업 추진을 위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고자 기존 계획에 대한 검토와 함께 건립할 시설 및 콘텐츠 중 우선 순위를 고려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것이 2017년 12월 작성된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사업 콘텐츠 타당성 검토 용역」이다.
2.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사업 콘텐츠 타당성 검토 용역」(2017)
2017년 콘텐츠 타당성 검토 용역 과제는 광주시의 기존 민주, 인권, 평화 관련 시설 및 계획과 민주인권기념파크 콘텐츠를 비교 검토하여 중복성 여부를 판단하고 사업의 우선 순위를 제시하는 것이었다.
‘타당성 검토 용역’에서는 민주주의, 평화라는 가치보다는 광주교도소의 역사와 정체성을 고려하여 인권에 초점을 맞춘 관련 콘텐츠들 간의 연계를 제안했으며 가장 우선적인 건립시설로 인권교육훈련센터를 언급했다.
검토용역에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하고 한국민주주의의 전당 사업이 추진이 불투명해진 점, 사유지 매입 계획의 비현실성을 감안하여 단계별 추진 단계를 설정하고 광주교도소 부지에 한정하여 기본계획이 아니라 실행가능한 마스터플랜 계획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용역에서는 인권교육훈련센터가 새로운 시설의 건립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기획프로그램과 이벤트를 통해 시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UN의 인권관련 기구나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국제적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용역에서 기본계획의 콘텐츠에서 변경을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인권을 주제로 한 공원을 구성함에 있어 몸과 감성으로 인권을 상상하고 체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고, 특히 인권 교육과 학습을 위해서라도 일부 교도소 건물 및 시설물의 보존, 5·18사적지로서 가치와 의의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타당성 검토 용역에서는 민주인권기념파크 사업 추진을 위해 시민 참여형 모델로서 민관 거버넌스 체제의 추진위원회 설립을 권고했으며 교도소 부지가 국유지이므로 중앙부처와의 협의 체제 구축이 필요함을 제안했다. 이러한 타당성 검토 용역에 근거하여 광주시는 2018년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사업: 사전타당성 검토 및 기본계획 재수립」 용역(이하 기본계획 재수립 용역)을 시행하게 된다.
3.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사업: 사전타당성 검토 및 기본계획 재수립」(2018)
기본계획 재수립 용역이 2014년 기본계획과 가장 다른 점은 사업대상 구역이 국유지인 광주교도소 부지에 한정되었다는 것과 기존 교도소 공간의 활용과 5·18 사적지 보존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기본계획 재수립 용역’에서는 광주의 정체성과 장소성, 즉 5·18민주정신과 인권을 강조해왔던 광주의 인권도시 정책을 배경으로 민주·인권 특화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는 방향을 설정하고 특히 교도소 공간의 문화콘텐츠화와 5·18사적지 원형 보존을 기본 전략으로 삼았다.
기본 방향은 1) 민주인권의 역사를 공유하는 역사와 체험 배움 공간, 2) 세계 인권도시와 연대하는 교류와 교육의 거점공간, 3) 도심 속 녹지 조성을 통한 시민들의 휴식처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시설로는 UN인권교류센터, 민주인권연구교육센터, 도서관, 여성생활전시관, 세계인권갤러리, 빛고을민주역사관, 수용생활체험캠프, 5·18등 민주열사관 등이 있으며 전체 사업의 구상도는 아래와 같다.
계획상 민주인권기념파크는 새롭게 조성될 공간과 보존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업구상도 상의 기존 교도소 건물과 시설 중 인권과 5·18과의 관련성의 높은 왼편의 미결사동, 기결사동(1사동~5사동)이 대부분 존치되며 나머지 사동과 작업장은 활용되거나 철거 대상이다. 5·18과 관련하여 보존되는 건물은 2018년 6월 광주시 5·18기념사업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확정되었다.
기존 교도소 건물 35개동 중 원형보존은 9동, 리모델링하여 활용할 건물은 6개동, 철거건물은 20개 동이다. 하지만 기본계획 재수립 용역에서 원형보존의 기준, 기존 건물 활용과 철거의 기준은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다만 1980년 이전부터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던 비전향 장기수와 민주화 관련 정치범과 관련성, 교도소의 상징성, 5·18과의 관련성 정도를 짐작케 할 뿐이다. 보존과 활용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으나 민주인권기념파크의 방향성과 관련이 있기에 미흡하나마 기준과 원칙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그러한 기준은 완벽할 수 없지만 공개하여 공적 토의에 열려 있어야 민주인권기념파크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고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여전히 광주교도소의 역사, 특징, 가치와 의의에 대한 기초 조사와 학술적 연구의 부재 또한 이러한 보존과 활용과 관련된 풍부한 논의를 어렵게 하는 원인일 것이다.
기획재정부 국유재산 토지개발선도사업(2019)과 5·18사적지 개발 논란
광주시가 수립한 계획들의 근본적인 한계는 광주교도소 부지가 시가 소유하거나 관리·운영하는 토지와 건물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이러한 상황은 광주시의 민주·인권 관련 정책을 집행할 재정이 부족하여 국비 이외의 지방비 투자가 어려운 데서 기인한다. 또한 광주시가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갖더라도 광주시가 소유하지 않은 국유지에 대한 계획이기에 그 실행가능성이 높지 않다.
국가의 소유로 법무부가 사용하던 토지는 교도소 이전 이후 국유재산 관리 부처인 기획재정부로 관할권이 변경되었다. 그동안 광주시는 계획을 통해 정부와 협의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1,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동안 예비타당성 조사는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고 광주 교도소 부지에 대한 정부의 계획안은 수립된 적이 없다.
사업 추진이 답보된 상태에서 2018년 7월 새로운 시정부가 들어섰고 광주교도소 부지에는 민주·인권 관련 시설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2019년 1월 정부(기획재정부)는 교도소와 군부대 이전에 따라 발생하는 대규모 유휴 국유지 중 옛 광주교도소(광주 교정시설)를 비롯한 11개소를 효율적으로 활용·개발하기 위해 국유재산 토지개발선도사업지로 선정했고 2019년 12월 위탁개발 사업계획을 의결했다. 2019년 1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유재산 토지개발선도사업지 11곳은 다음과 같다.
당시 기획재정부은 이 선도사업에 국비투입을 하지 않고 사업자를 선정하며 위탁개발하는 방식을 택했다. 국가나 지방정부의 재원을 투입하지 않는 사업은 기업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개발이며 일종의 민영화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정부는 개발이익을 국고환수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개발 기업이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투자를 할 리 만무하다. 당시 광주시는 정부가 광주교도소에 대해 5·18 사적지라는 특수성과 광주시의 적극적인 노력을 받아들여 300억원 정도의 개발이익 전액을 미결사동에서 기결사동 5개를 5·18사적지 보존 구간 원형복원에 재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2018년 6월 5·18기념사업위원회가 심의했던 나머지 보존공간(감시탑을 포함한 담장, 복도, 여성생활관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인권 공원을 터전으로 인권 교육과 교류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인권기념파크의 기본 방향성이 흐트러진 것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2019년 12월에는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에서 광주 교도소 위탁개발 사업계획에 의결되었다.
2020년 정부는 위탁사업자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선정했고, LH는 10월 옛 광주교도소 부지 16%가량인 1만5000㎡에 대해 역사 공원 지정을 해제해 달라는 도시기본 계획 변경 신청을 광주시에 제출했다. 광주시의 도시기본 계획에 광주교도소 부지가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었기에 이곳에 고층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토지의 용도 반경이 필요했던 것이다. 도시기본 계획의 변경은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필요로 하는데 당시 광주시가 공원 지정을 해제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2020년 12월에 광주시는 주상복합을 포함한 LH의 사업계획을 홍보했다. 광주시는 옛 광주교도소 부지를 민주·인권의 역사체험과 교육 및 청년 창업지원 혁신성장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국비 1,155억원을 투입하는 민주·인권 기념파크 조성 도시개발사업 절차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당시 수탁업체인 LH의 사업계획에는 5·18사적지인 옛 광주교도소의 상징성과 역사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사적지 보존공간을 체험전시관으로 복원하고, 인권도시와의 교류, 교육 공간의 국제인권교류센터를 조성하는 내용이 포함되었고, 광주시 지역전략산업, 전남대·조선대 등 인근 대학과 연계한 청년 창업기업 지원 혁신성장공간 조성, 배후 주거로서의 주상복합, 방문객 대상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LH의 사업계획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지만 위의 홍보 이미지를 기존 계획의 마스터 플랜이나 종합 구상과 비교하면 보존 공간 일부를 활용한 체험 시설과 인권교류센터를 제외하고는 사업내용이 동일하지 않으며 방향성 또한 다르다. 중복사업으로 보이는 청년 창업시설(혁신성장공간), 광주도시계획에서 항상 논란이 되고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은 기존 계획의 방향성과 충돌한다.
국토부의 광주교도소 위탁개발 사업과 광주시의 민주인권파크 조성사업의 불일치는 천억 원이 넘는 국비사업 유치와 5·18사적지 원형보존 성사 속에 가려졌다. 위탁개발과 민주인권파크 조성사업의 기묘한 동거는 결국 2021년 4월 옛 광주교도소 터에 민주인권 기념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이 초고층 아파트 건립 등으로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언론 보도로 인해 논란이 되었다. 같은 해 5월 지역 대다수 언론, 5.18단체는 물론 시민사회와 지역정치권까지 민간 개발에 관한 강한 우려 표명했고 민주인권기념파크 건립을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6월에 광주시는 기획재정부에 사업에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원점 재검토를 요청했고 이전부터 요청했던 교도소 부지 무상양여를 다시금 주장했다.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위탁사업자까지 선정한 상황이라 원점 재검토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위탁개발 사업은 잠정 중지된 상태였으나 2022년 3월 대통령 당선인의 5·18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 설립 공약에 대해 광주시는 인수위원회에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은 물론 5·18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과 5·18세계기록유산 보존시설까지 집적화하자고 제안했다.
계획과 상상
현재 광주교도소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관리 하에 있고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은 동안 나무와 수풀로 뒤덮여 가고 있다. 그동안 작성된 공적 계획들은 나름의 고민과 상상의 산물이다. 계획들은 각각 장단점이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계획의 주체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점이다. 계획들은 시민 참여와 공적 토의에 열려있지 않았다. 절차상 공유와 소통의 과정들은 있었지만 국유지라는 공간의 속성은 시민들의 접촉과 상상력을 여전히 제약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와 전남대 5·18연구소의 협조 속에 광주교도소에 대한 기초 조사를 위한 몇 차례 방문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교도소의 장벽이었다. 기존 계획에서도 이 벽은 보존 대상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만큼 이 높은 장벽이 외부와 차단된 교도소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설치물이기 때문이다. 건물들을 사면으로 둘러싼 벽이 교도소와 외부를 차단하고 있듯이 교도소가 그 기능을 정지했음에도 시민과 이 공간 사이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5·18사적지의 개발과 보존 사이에도 벽이 있다. 사적이라는 명칭 자체가 실질적으로 보존을 원칙으로 하지만 그 원칙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협의에 열려 있는 것이다. 5·18은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중요한 사건이지만 점차 특정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고 시민들은 일상적인 삶과 멀어져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2021년 「5·18기념사업 마스터플랜」에서는 5·18사적지의 보존과 활용의 기본 방향에 대해서 공간의 민주주의를 제시했다. 공간의 민주주의는 사적지에 대한 시민과 커뮤니티의 참여를 기초로 5·18과 사민들의 접촉면을 확대하고 기념 주체를 5·18 관련자와 유관 기관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2021년에 광주교도소 부지 개발 계획과 관련된 논란은 사업 추진의 중단이나 좌절이 아니라 이 공간을 다시 상상할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회이기도 하다. 개발 계획의 문제는 초고층아파트 건설의 수익으로 사적지를 보존한다는 역설때문만이 아니라 5·18과 관련된 소통의 부재, 공간과의 접촉의 부재, 상상력의 빈곤 때문일 것이다. 더 나은 계획은 소통과 상상력을 제약하는 그 보이지 않는 벽들에 대한 도전이어야 한다. 오버랩의 광주교도소 관련 프로젝트는 예술가와 연구자의 협력을 통해 그 벽에 틈을 만들고 창을 내는 작업이다.